나는 상가주택/단독주택이 모여있는 동네에 산다. 그리고 우리집 또한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있는 상가주택이다. 건물의 나이가 나랑 비슷하니까, 대략 30년이 넘는다. 건물의 나이만큼 주변 동네에는 집수리를 해주는 설비집이 약 200m 간격으로 즐비하다.
오늘 이야기하려는 것은 우리가 매번 수리를 요청하는 설비집 사장님이 있는데 가게명은 '삼정건축'이다. 이 사장님을 보고 있노라면, 맨날 약속시간 정하면 그 시간을 지키지 않지만 프로는 프로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왜 내가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배경
상가주택/단독주택은 집을 지을때, 땅에 흐르는 지하수가 많을 경우 집수정이라는 것을 설치한다.
여기서 집주정이란? 지하수와 각종 슬러시가 모이는 곳을 만든 것이다. 이렇게 물이 모이게 되면 수중 배수 펌프로 지상으로 올려보낸다.
실제 우리집 집수정 사진을 첨부하지는 않았지만, 많이 더럽고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 하지만 집수정이 없으면 지하가 물바다가 되기 때문에 주택에서는 꼭 필요한 부분이며 예민한 부분이기 때문에 수중 펌프가 고장나지 않도록 항상 염두해두어야 한다. 우리집에는 이 펌프가 원래 하나뿐이였는데 과거 물바다가 될뻔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수중 배수펌프를 총 2개를 달고 사용한다.
이 두 개의 수중펌프는 Y자 파이프관에 의해 지상으로 물을 올리는데, 한쪽에서 집수정의 물을 올리면, 다른 한쪽이 막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런 구조인데 어느날 한쪽에서 물을 지상으로 올리는 과정에서, 다른 한쪽에서 역류하는 문제 PVC 파이프관에 구멍이 생겨 집수정의 물이 지상으로 정상적으로 올려보내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문제 시작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PVC 파이프관을 교체하고, Y자 파이프관, 그리고 지하수가 흐르는 배수관 청소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집수정에 들어있는 수중 배수 펌프 기기의 상태도 체크해야만 한다.
정말 많은 설비집에 전화해 사람을 불렀지만, 많은 사람들은 수리를 거절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힘든건 하고싶지 않아서. 일단 더럽고 냄새나는 공간에서 작업을 해야하는 제약조건부터 혹시라도 수중펌프가 고장날까 두려워 더 거절을 했다.(수중펌프는 민감한 센서를 가지고 있다) 지하의 집수정 문제로 꽤 오랜시간 문제를 해결해 온 나와의 대화에도 의견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대부분은 신뢰가 가지 않았다. 그냥 쉽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것만 하려는 마음이 대다수의 설비집 사장님의 성향이 강했다.
어쩔 수 없이 신뢰가 가는 삼정건축 설비 사장님을 부를 수 밖에 없었다. 전화는 약 한 달전부터 했는데- 매번 오신다고 하는 날마다 계속 약속을 펑크내셨다. 약 3-4번 정도 펑크를 냈는데, 그때부터 나는 해탈의 경지까지 갔었다.
설비집 사장님의 자세
어찌어찌해서 드디어 처음 수리를 요청한 지 약 1달 반만에 오셔서 수리를 시작하셨다. 먼저 배수관 청소부터 진행하면서 배수관에 껴있던 이물질을 제거했다. 이 과정에서 너무 많은 진흙물이 나오면서 2개의 수중 펌프 중에 비교적 신형 배수 펌프가 고장이 나버렸다. 앞에서 언급했던 다른 설비집 사장님들이 꺼려했던 그 이유가 현실에서 발생한 것이다.
수중 펌프의 센서는 예민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삼정건축 사장님은 고장난 신형 수중 배수 펌프를 막힘없이 입구쪽을 분해하더니 이물질을 제거하고 끝내 정상적으로 동작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각 PVC 파이프관의 이물질도 확인하는 과정을 걸쳤다.
약 1-2시간 시간동안 집수정에서 발생했던 문제를 해결하셨다. 그리고 나는 옆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도와드리며 지켜봤다.
내가 배운 점
솔직히 오시기 전까지 약속 시간을 너무 지키지 않으셔서 다른 사람 불러야겠다. 라고 반복해서 생각했는데, 삼정건축 사장님이 오셔서 깔끔하게 처리하고 가는 모습을 보고 다음에도 또 삼정건축 사장님을 부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삼정건축 사장님이 막 티가 날 정도로 열과 성을 다해서 수리한 게 아니다. 하나 처리하고 다음 것 처리하고 마치 물 흐르듯 했는데 그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당황스러워 하지 않고 다시 문제에 집착해서 해결했다.
단순하지만 명확하게 하나씩 처리하는 것
간단하지만 제일 어려운게 아닐까 싶다. 개발자가 맞닥뜨리는 대부분의 일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 믿을만한 사람일수록 맡기기까지가 힘들지, 맡기기만 한다면 깔끔하게 처리될거라는 믿음을 줄테니까.
그런게 바로 프로정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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