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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 돌아보기/독후감상문

"기본만 해라, 질문의 출발점" - 생각의 주도권을 디자인하라

by simplify-len 2025. 10. 8.

인간은 역시 생각하는 동물이다.

최근에 ‘배구감독 김연경’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빠져 있다. 예능이지만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이제 막 2회차를 지나고 있는 신생 예능인데, 출연하는 선수 대부분은 은퇴한 여자 배구 선수들이다. 이들이 프로 선수팀과 경기를 치르는 장면 중, 김연경 감독이 작전 타임에서 했던 말이 떠오른다.

“기본만 해라. 딱 기본만 해라.”

내가 읽은 책과 연결된 장면이 바로 이 대목이었다. 왜 ‘기본만 해라’라는 말이 인상 깊게 남았을까?

ChatGPT를 처음 사용할 때가 떠올랐다. 단 한 줄의 프롬프트만 입력해도 의도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처음에는 무엇이든 물어보며 탐구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프롬프트가 단순해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아무 말이나 할 테니 일단 답을 내놔봐”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개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상황을 세세하게 설명하기보다 대충 뭉뚱그려 말하고, 그 속에서 원하는 답을 얻으려 했던 것 같다.

이 책은 AI를 그런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반문한다. 단순한 검색 도구가 아니라, 사고의 틀을 확장시키고 더 깊은 이해를 돕는 파트너로서 활용하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단순히 “정답을 알려줘”라고 묻는 대신 “이건 다른 것과 어떻게 다를까?”라고 사고를 달리하는 질문을 던지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달리 사고할 수 있도록 만드는 열쇠는 무엇일까? 바로 ‘질문’이다. AI 시대에 들어서면서 질문의 중요성은 자주 강조되지만, 정작 좋은 질문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 책은 좋은 질문이 좋은 전제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전제는 사고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단순히 “무엇을 묻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맥락과 기준에서 묻느냐”의 문제다. 전제가 모호하거나 잘못 설정되면 질문은 표적을 잃고 산만해진다. 반대로 명확하고 타당한 전제를 세우면 질문은 구체적이고 본질을 겨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왜 시스템이 느리지?”라는 질문은 전제가 불명확하다. 하지만 “DB 인덱스는 적절히 설정되어 있고, 트래픽이 특정 시간대에 집중된다면 어떤 요인이 병목을 만들까?”라고 묻는다면 사고의 출발점이 분명해진다.

따라서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의 산물이 아니라, 이미 설정된 사고의 틀 안에서 형성되어야 한다. 전제가 넓고 균형 잡혀 있을수록 질문은 피상적인 호기심을 넘어 구조적인 탐구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은 무엇일까? 나는 그 답이 ‘기본’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며 깨달은 점은 결국 내 도메인에서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야 하고, 그 역량을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AI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AI에게 질문하고 그 답변에만 의존한다면, 확증 편향에 빠질 위험이 크다. 왜 그럴까? AI의 그럴듯한 답변이 질문자의 의도를 흐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AI는 나의 파트너로서 사고의 유연함을 보여주어야 하지만, 내가 기본을 갖추지 못하면 결국 답변을 그대로 믿어버리게 된다.

결국, AI 시대의 질문법은 김연경 감독이 말했던 것처럼 “기본만 해라”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인상 깊은 문장  

> P23. AI 시대는 단순한 정보의 '업데이트'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시대다. 기존의 정보를 조금씩 고쳐 나가는 방식은 너무 느리고, 너무 수동적이다. 이 시대는 오히려 **'아데이트(outdate)' 즉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지식을 용기 있게 폐기하는 능력을 요구**한다. 

> P26. 지금 우리가 틀릴 가능성이 높은 믿음 중 하나는 '창의성은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이라는 생각이다. 과거에는 이 믿음이 널리 받아들여졌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AI는 이미 그림을 그리고, 소설을 쓰고, 음악을 작곡하고 있다.

>P29. 질문하지 않는 사람과 질문하는 사람의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커질 것이다. 더 나아가, 질문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자신의 질문을 되돌아보는 사람과 단지 질문만 하는 사람 사이의 격차는 극명하게 나타날 것이다.. 생각의 출발점을 다시 묻다 중...

>P37 '망치를 든 자에게는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if all you have is a hammer, everything looks like a nail)

>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상상력과 노동이 필요하다. 주어진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하며, 이는 전공에 관계없이 모든 이가 AI에 대한 최소한의 기술적 이해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P47. AI 리터러스를 기르기 위한 방법. 
> 1. AI의 작동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 2. AI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변화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야 한다. 
> 3. 유연한 사고를 유지해야 한다. 
> 4. AI와 함께 사고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 P49.**비판적 질문을 던지는 습관.** AI의 답변은 특정 데이터를 기반하여 그 과정에서 편향이 개입될 수 있다.
> **탐구적 질문을 활용하는 습관** - AI를 단순한 검색 도구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서, 사고 확장의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 **AI를 활용한 메타 사고 훈련** - AI 에 "내가 놓치고 있는 요소는 무엇인가?" "이 질문을 다르게 던지면 어떤 결과를 나올까?" 등의 질문을 던짐으로써, 자신의 사고 과정을 점검하고 성찰 할 수 있다.

>P56.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질문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정작 **'좋은 질문이 어떻게 생겨나는가'** 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
> 질문은 생각의 출발점이지만, 전제는 생각이 나아가는 방향을 결정짓는다. 따라서 **좋은 질문은 반드시 좋은 전제에서 비롯된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하나의 공식으로 정리하면 '좋은 생각 = 좋은 전재 + 적절한 질문'** 이라고 할 수 있다.

> 질문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사고의 방향을 결정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어떤 전제를 기반으로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동일한 사안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다.

> 중요한 것은 질문을 통해 생각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 P101. 관점이 없다면 인간도 결국 확률적 앵무새에 불과하다. 질문하지 않는 사고는 반복이고, 관점 없는 언어는 공허하다. 인간이 AI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스스로 새로운 관점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진짜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사고와 언어를 어떤 방향으로 확장할 것인가? 확률적 앵무새가 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존재로 남을 것인가?

> 인간+기술 행위자의 블랙박스화 구조
> 1. 인간과 기술의 화합
> 2. 새로운 행위자 생성(행위자 = 인간 + 기술 상호작용)
> 3. 복잡한 작동 원리의 일상화 (데이터, 알고리즘, 센서 등)
> 4. 결과 중심의 인식 전환(작동 결과만 보게 됨)
> 5. 내부 작동 원리에 대한 관심 감소
> 6. 기술 블랙박스화(보이지 않는 내부, 보이는 결과)
> 7. 비판적 사고 악화(기술에 대한 맹신 또는 무관심)
> 8. 사회적 위험 노출(편향된 판단, 윤리 부재)

> P150. AI 시대의 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세 가지
> 1. 정보보다 유연한 사고방식
> 2. 정답보다 좋은 질문을 던지는 능력
> 3. 기술을 감시할 수 있는 감각과 비판적 시선
> **지금 우리가 마주한 AI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질문을 바꾸고, 사회의 규칙을 다시 쓰고, 권력의 중심을 재편하고 있다. 중요한 건, 이 흐름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율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가다.**

> P150. 변화의 진정한 동력은 다름 아닌 당신의 선택이다.

>P161. 질문하는 능력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사고의 출발점이며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우리는 어떤 현상을 마주했을 때 "왜 그랬지?" "어떻게 된 거지?","이건 다른 것과 어떻게 다를까?" 같은 질문을 던지며 사고를 시작한다. 질문은 생각을 자극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방향을 제시한다.

> P166. 지금 우리는 '검색의 시대'를 지나 '질문의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 P172.다만, 인간의 창의성이 '의도와 맥락'에서 출발한다면, AI의 창의성은 '패턴과 확률'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이 둘은 서로 다른 출발점이지만 결국 예술과 창작의 세계를 풍부하게 만드는 두 개의 축이 될 수 있다. ... 요약하자면, AI는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그 안에서 무엇에 의미를 부여할지는 인간의 몫이다. 인간의 창의성은 단순히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능력이 아니라 수많은 가능성 속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고, 그것을 새로운 맥락으로 연결해 가치를 발견하는 능력이다. 

> P177. AI 도구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AI의 답변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기보다 그대로 수용하는 경향이 강했다. 반면 자기 업무 능력에 자신이 있는 사람은 AI를 단순히 정답 제공자로 여기지 않고, 더 나은 질문을 던지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며, AI를 사용할 수록 오히려 비판적 사고의 빈도와 질이 강화되었다는 점이다.

> P190. 감정을 '느끼는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우리는 감정을 '직접 표현하고 주고받는 기술'을 점차 잃어갈 수밖에 없다. ... 문제는 이런 변화가 너무도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감정적 교류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주 조금씩, 아주 미묘하게 감정의 농도가 옅어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차이를 쉽게 알아채지 못한다.

> P197.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생각 없는 수용은 지적 빈곤을 만들 뿐이다.

>P205. 이 무너진 질서 속에서 우리는 일종의 '콘텐츠 미로'에 갇히게 된다. AI가 만든 콘텐츠는 너무나 정교해서 사용자가 그 안에 갇혀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기 어렵다. 알고리즘은 사용자 취향에 맞춘 콘텐츠만 끊임없이 제공하고, 사용자는 그 안에서 점점 더 갇힌다. 이 미로에서 벗어나려면 개인이 의도적으로 의심하고 질문하고, 여러 관점을 찾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P206. "효과성이 효율성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많은 일을 빠르게 해내는 것보다 정말 가치 있는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P210. AI시대의 지적 부자는 정보를 얼마나 깊이 있게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쉽게 말해, '정보를 얼마나 알고 있느냐'보다 '정보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핵심이라는 뜻이다.

> P215.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처럼 '설득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마케팅과 브랜딩의 영역에서는 이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 AI가 브랜드를 '좋게 보도록'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 P217. 즉, 우리는 사람이 읽고 감동받는 콘텐츠만큼이나 AI가 '해석 가능한' 콘텐츠를 만드는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뜻이다.

> P222. 예를 들어, 제품 설명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구조화된 데이터로 정리되어야 하고, 웹사이트는 AI가 쉽게 분석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AI가 브랜드를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정보를 제공해야만, 사용자에게 적절한 순간에 그 브랜드가 추천될 수 있다.

> P233. 우리는 오랫동안 직업을 하나의 고정된 덩어리, 즉 특정한 역할을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전체적 단위'로 이해해 왔다. 예를 들어, 기자라는 직업을 단순히 글을 쓰는 사람으로 정의한다면 문제가 된다. 기자는 정보를 수집하고, 취재하고, 인터뷰하고, 글을 쓰고, 교정을 하고, 기사를 편집하는 복합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AI가 등장하면서 이 복합 구조는 해체되고 있다. ... '과업 단위의 사고'가 왜 중요한지 보여주는데, 일을 작은 단위로 쪼개서 보면, 어떤 일은 AI가 더 잘할 수 있고, 어떤 일은 여전히 인간의 판단과 창의가 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대체가 아니라 재구성이다 중.

> P236. 변화를 피하려고 할수록 오히려 더 흔들릴 수 있다. 낯설고 불안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변화의 흐름을 거부하는 대신 그 흐름을 타기로 마음먹은 순간, 상황은 달라진다. 파도를 피하는 대신 올라탈 수 있다면, 그 중심에서 방향을 잡고 나아갈 수 있다. 

> P264. "AI시대에 진짜 변화와 가짜 변화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 P275. 증강 인간이란, 단순히 도구를 쓰는 사람이 아니라 도구를 통해 자신의 사고방식, 문제 접근법, 일하는 태도 자체를 변화시킨 사람이다. 그리고 증강 인간은 어떤 도구를 쓰느냐가 아니라 도구를 통해 자신의 일과 사고를 얼마나 업그레이드할 수 있느냐에 따라 구분된다.

> P287. 문제를 정의하는 힘, 그리고 문제를 다루는 기술. 이 두 가지가 없다면, 문제는 여전히 문제로 남고, AI는 복잡하고 귀찮은 신기술일 뿐이다. 이미 익숙해진 개념이지만, '문제 정의력'과 '문제 해결력'은 여전히 AI시대의 핵심 실험 기술이다.

> P291. AI를 어디에 적용할지 결정하는 기준은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자기만의 도메인을 먼저 설정하라. 홈그라운드는 도메인의 기초다. 익숙한 공간에서 사고는 선명해지고, 문제를 정의하는 언어는 구체화되며, 좋고 나쁨을 가르는 기준도 자라난다.  .. AI에 끌려가지 않고, AI를 끌고 가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홈그라운드가 필요하다. 그곳에서 문제를 해체하고, AI와 결합하고, 결과를 선별하라. 그것이야말로 AI시대의 본질적 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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