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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관 쌓기/나 자신 돌아보기

그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을 나의 이직 이야기

by simplify-len 2023. 1. 29.

화장한 어느날 용산공원에서.jpg

 지난 1년하고도 4개월간의 트레바리에서의 여정이 끝이 났다.
트레바리에서의 여정은 글을 쓰는 이곳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버라이어티하지 않았나 싶다.

 언제나 첫경험은 강렬 한 것 처럼, 다시는 트레바리에서의 근무 경험을 하지 못할 것이라 단언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미래의 어느날 의미있게 다뤄볼까 한다.

 2022년 12월 20일 트레바리에서 퇴사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렵지만- 요즘 스타트업은 꽤 겨울이라는 사실은 명확하다.

 그리고 트레바리에서 근무하던 중, 내가 존경하는 CTO님이 퇴사했다. CTO님을 개발자로서 그리고 인간적으로도 진심으로 존경하는 분이지만, 스타트업 이라는 공간은 그 분에게도 처음일 수 있고 맞지 않을 수 있으니까 퇴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 였던것 같다.

하나 둘 '나 여기 면접봤어.', '여기 지원 했어' 라는 말이 간간히 들려오니 나의 옆구리에도 이직 바람이 솔솔 들어오더라

 오랜만에 이력서 업데이트와 피드백 요청할 이유로 겸사겸사 주변 지인에게 연락하던 중 운좋게 서치펌에게 내가 소개되었다.

 감사하게도 그들의 눈에는 내가 '잘 팔리는' 사람 처럼 보였나보다. (맞는 표현인가?) 그렇게 생각했던 이유는 여기 저기 회사를 지원해보셨으면 좋겠다 라는 이야기를 하셨고 실제로도 서류에서는 잘 먹혔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면접은 진행한 곳은 핵클, 배달의 민족(그 외 더 있었지만 요즘 경제시장이 좋지않아 지원 자체가 막혔던 회사가 있었다.), 그리고 내가 스스로 지원했던 회사는 카카오모빌리티, 아이들나라 였다.
4곳 모두 서로 다른 방식의 면접 전형이였기 때문에 각 회사의 채용 절차중 내가 느꼈던 감정이나 채용 프로세스에 이야기해보면 다음과 같다.

핵클

 쿠팡 개발자 분들이 창업한 회사 면접이 쉽지 않았다. 약 3시간 동안 인사이트 면접을 진행했다.
1시간은 코딩테스트를, 1시간은 이력서 기반의 질문과 핵클에서 준비한 질문들, 마지막 1시간은 CEO님과의 대화였다.(이것을 컬쳐핏이라 말하더라)
 코딩테스트 문제는 어떤 개념에 대한 구현이였고 자료구조에 대한 이해도만 높다면 어렵지 않은 부분이였다. 이력서 기반의 질문과 핵클에서 준비한 질문은 음... 뭔가 일하는 듯한 느낌의 질문을 받았다. 정답은 없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대화를 통해 해결하고자 했다.

 3시간이라는 긴 시간동안 쉴 틈없이 말을 해야했던 내 입장에서는 나의 뇌를 하얗게 불태웠던 경험이지 않을까 싶다. 반대로 나의 한계까지 도달할 수 있었던 기회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과거 인턴시절에 카닥이라는 회사에 면접 볼 때가 떠올랐다. 윽...)

배달의 민족

 괜히 네카라쿠배당직토야라 말하는게 아닐까 싶다. 꽤 만족스런 면접 경험이였다. 여기는 서치펌을 통해 지원했고, 코딩테스트를 봤다. 난이도는 낮은 수준이였으며, 풀고나서 이런 문제를 왜 냈을까? 라는 고민을 하며 다시한번 풀었던 문제에 대한 의도를 이해하는 행위를 했다.

 배달의 민족 2개 조직에서 나에게 관심을 표시했다. 상반되는 성향을 가진 2개의 조직은 한 곳은 프로덕트 중심의 부서였고, 다른 부서는 기술기반의 플랫폼 성향의 조직이였다. 그래서 면접도 2번이나 봤다. 트레바리에서의 1년 4개월 경험은 플랫폼 성향의 조직보다 프로덕트 중심의 부서가 좀 더 어울렸나보다. 그도 그럴 것이 차암.. 트레바리에서 혼자 서비스를 만들고 런칭하는 경험을 했었으니 좀 더 가까운게 아닐까? 

(빠르게 프로덕트를 내놓고, 피드백을 받고 수정하는 그런 사고방식을 나는 프로덕트 중심이라고 부른다) 

 프로덕트 중심의 부서는 물어보는 질문 역시 정해진 기한내에 빠르게 치고들어오는 요구사항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가 핵심 포인트였던 것 같다. 반면에 기술 기반의 플랫폼 성향의 조직은 스프링 프레임워크의 특정 부분 동작원리를 중심으로 물어봤다.

 내가 트레바리와서 약한 부분이라 여겼던 부분도 기술적인 부분이였다. 아무래도 스타트업은 기술보다는 일을 되게끔 하는 것이 우선이니까

 2차 면접은 개발자들 사이에서 유명한 손권남님과 함께 했는데, 기술질문에 대해서 바보같이 대답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결과를 안겨주셨다. 얼마나 바보같이 대답했으면 면접 끝난 직후 권남님에게 쏜살같이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메일의 제목..

 아쉬움을 달래기 위한 또는 처절하게 변명하고 싶었던 행위가 아니였을까 싶다. 몇일 후에 알게된 사실인데, 나의 블로그와 면접때 나의 대답이 이미 합/불을 결정했다고 한다.

카카오모빌리티

 경력직 공채를 통해 지원했다. 최종 면접까지 모두 진행했다. 기술면접에 이력서 기반으로 질문을 했고, 실시간으로 코딩테스트 하나를 봤다. 마지막 최종면접에서는 1,2 라운드 나눠 1라운드는 HR담당자와 함께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 초점을 맞쳤고 2라운드는 나를 채용하고자하는 부서의 팀장 2명이 함께했다.

 개인적으로 면접 경험은 좋지 못했다. 카카오모빌리티라는 회사자체에 대한 이미지는 좋았지만, 면접 과정에서 시간이 약 2달정도 소요됐고, 무엇보다 최종면접 때 개발팀장님과의 대화가 아쉬움이 많았다. 나에 대해서 어떤 비평보다는 비판에 가까운 경험을 했고, 좋지 못했다. 아니면 내가 정말 딱딱한 사람이라 삐딱하게 바라보는 것은 아닐까 싶다.

아이들나라

 코딩테스트와 2번의 면접으로 최종합격이 결정된다. 1차 기술 면접에서 자신이 개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 바를 잘 이야기할 수 있다면 좋다고 느꼈다.

 아이들나라를 가장 나중에 쓴 이유는 정말로 고민을 많이 했던 회사임을 표현하고 싶었다. 진심으로 함께하고 싶었던 회사임에는 틀림없다. 현재 아이들 나라의 CTO 인 신정호님은 이전 회사 다우기술에서 많은 활약을 하셨던 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나라에서 함께 일하게 될 사람들이 내가 진심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였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아이들나라에 근무하는 조직원들이 최근에 여러 회사에서 이직한 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더 기대되는 바가 컸다. 개발자로서의 커리어도 보장받을 수 있을 정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나라는 LGU+ 산하의 조직이다보니 대기업 특유의 조직문화를 피해갈 수 없었다.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이였나?

  최근에 흥미로운 서베이를 봤다. 회사를 선택하기 전의 우선순위와 회사 선택 후 일하기 위해 필요한 우선순위을 조사한 내역이다.

https://docs.opensurvey.co.kr/report/opensurvey_developer-trend-report_2022.pdf
https://docs.opensurvey.co.kr/report/opensurvey_developer-trend-report_2022.pdf

 

 나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회사를 선택한다고 하지만 금전적 보상체계에 대해서 무시하지 못하나보다. 아니면 누군가는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불행하게도 위 조사 내용의 결과가 나에게도 해당될 수 있는 부분이다. 나 스스로 외치길, 최고의 복지는 동료라는 말을 하곤한다. 절대적으로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연봉도 무시할 수 부분은 맞다.

 결론적으로, 약 한 달간의 처우협의을 끝에 배달의 민족으로 이직을 결정했다. 최고의 복지는 동료라 외쳤던 나였기 때문에 선택해야 될 회사는 아이들나라 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복합적인 기준에 의해서 결정되었지만, 결정적으로 프로덕트 중심의 사고방식을 좀 더 잘 발휘할 수 있는 거라 믿음을 준 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배민 최종 오퍼 수락 전 일종의 커피챗을 배민외식업광장 부서에 요청했고, 함께 일하게 될 사람들과 약 1시간 남짓의 이야기를 나눴다. 1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냐만, 무엇보다 한 가지 확실했던 부분은 나의 역량을 잘 발휘해볼 수 있는 부서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쉬웠던 것은 

 이직신청한 회사가 오직 4곳만 지원했다는 사실이다. 시점 당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최대 회사는 4곳이 적당하다고 생각했나보다. 막상 합격이 되어버리니, 뒤늦게 나에게 좋은 기회를 주려던 회사를 거절할 수 밖에 없었다.

솔직하게 나는 실패할 용기가 부족했던 것은 아니였을까?

 연차가 올라가면서 어떤 선택에 있어 신중해지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 신중하다는 표현은 나의 도마뱀뇌가 두려운 부분을 무의식적으로 도망치려는 행위가 포장된 단어는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된다.

여튼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나의 이직기는 여기까지이다.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그리고 다시 대기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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